특별한 일이 아니면 주말에 서울을 벗어나지 않는데, 옆지기의 성화에 논산 돈암서원,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유적, 정읍 무성서원, 전주 국립무형유산원까지 다소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로써 백제 고도의 길도 마무리 되었다.
마음을 울리는 한국의 미 - ③ 백제 고도의 길
백제시대의 사찰 터 익산 미륵사지
미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미륵사는 백제 제30대 무왕(재위 600~641) 때 창건된 사찰이다. 신라의 침략을 불교의 힘으로 막기 위해 지은 것으로, 백제의 사찰 중에선 규모가 가장 크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왕과 왕비가 사자사를 가던 중 용화산(지금의 미륵산) 밑의 큰 연못에서 미륵삼존이 나타났는데, 왕비가 사찰을 짓고 싶다고 하자 왕이 연못을 메운 뒤 그곳에 미륵사를 지었다고 한다. 백제의 사찰은 하나의 탑과 하나의 금당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미륵사는 3개의 탑과 3개의 금당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백제인의 미륵신앙, 즉 미래의 부처인 미륵이 나타나 세상을 구원한다는 믿음이 반영된 것이다. 이곳에는 석탑 두 개와 목탑 하나가 있었는데, 서쪽의 익산 미륵사지 석탑 국보는 20년에 걸친 수리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639년(무왕 39년)에 만들어진 이 탑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석탑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다. 원래는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쯤 부서진 상태로 6층 일부만 남아 있었다. 해체·보수작업은 원형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발견된 사리 장엄구를 통해 건립 연대가 밝혀졌다. 크고 작은 석재들을 조립하여 복원한 미륵사지석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무왕이 거주했던 왕궁 터 익산 왕궁리유적
익산 미륵사지와 함께 가장 규모가 큰 백제의 유적으로 꼽히는 곳이다. 백제 무왕 때 왕궁이 지어졌다가 후대에 주요 건물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사찰을 지었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발굴 과정을 통해 궁성과 관련된 건물 터와 정원시설, 화장실 터와 외부 담장 등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왕궁리 유적이 왕도였거나 최소한 왕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장소였음을 보여준다. 백제 왕궁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유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익산 천도설 또는 별도(別都)설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큰 곳이다. 흔적만 남은 거대한 왕궁 터에는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국보과 왕궁리 유적전시관이 있다. 모형, 현황도, 영상,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관은 백제 왕궁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은 기단부가 파묻혀 있던 것을 1965년 해체하여 수리하면서 원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기단은 네 모서리에 8각으로 깎은 주춧돌을 기둥 삼아 놓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길고 큰 네모난 돌을 지그재그로 맞물리게 여러 층 쌓아 올려놓아 목조탑의 형식을 석탑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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