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 시설 - ⑤ 서원의 길
성리학을 바탕으로 정치와 사회를 주도했던 사림은 지방에 근거지를 둔 지식인들이었다. 학문과 교육을 중시했던 이들은 지방에 사설 교육기관을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서원이었다. 조선중기에 처음 지어진 서원은 학문연구와 인재양성이라는 교육적 기능 뿐만 아니라 뛰어난 선현을 추모하는 종교적 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에는 제사를 드리는 공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원 역시 그러한 공간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성리학적 세계관과 선비정신이 담겨있는 서원은 독자적인 건축양식을 갖춘 우리나라 교유의 문화유산이다. 전국적으로 650여 개에 달했던 서원은 흥성대원군의 철폐령으로 인해 47개만 남게 되었으나, 원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9개의 서원은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예학의 산실 논산 돈암서원
서원은 훌륭한 분들의 제사를 지내고 후학을 양성하던 지방 교육기관이다. 돈암서원은 예학의 대가 김장생(1548∼1631)의 덕을 기리기 위해 1634(인조 12년)에 창건한 서원이다. 엄격한 질서와 형식을 중시하는 예학은 예의 본질 및 내용의 옳고 그름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율곡 이이의 사상과 학문을 이어받은 김장생은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쓴 인물로, 이 서원은 그가 타계하고 3년 후인 1634년에 만들어졌다. 원래 김장생의 아버지 김계휘가 경회당을 세워 학문연구에 힘쓰고 이후 김장생이 양성당을 세워 후진 양성을 하였다. 후세에 이 경회당과 양성당을 중심으로 김장생을 추모하여 후학에 힘썼다. 현종 원년(1660)에 왕이 '돈암'이라는 현판을 내려주어 사액서원이 되었으며 김집, 송준길, 송시열을 추가로 모시었다. 이 서원에는 『황강실기』, 『사계유교』, 『상례비요』 등의 서적들이 보존되어 오고 있으며, 사우, 응도당, 장판각 등의 건물들과 하마비, 송덕비가 남아 있다. 너른 평지에 자리한 서원은 수수하고 담담한 멋을 풍기지만, 예학 논의의 중심이었던 논산 돈암서원 응도당보물은 서원 건축물 가운데 보기 드물게 규모가 크다.
전북 사림 활동의 거점 정읍 무성서원
통일신라 후기의 학자 '최치원'의 사당과 시 · 서 · 화에 능하여 삼절이라 불린 조선의 문신 '신잠'의 사당을 병합하여 만든 서원이다. 원래는 태산서원이었으나 1696년에 ‘무성서원 ’으로 사액되었다. 전학후묘의 원리를 따르고 있지만 명륜당과 사당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은 담 바깥쪽에 위치해 있어 분리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산속에 위치한 다른 서원들과는 달리 마을 한가운데 있는 무성서원은 1906년 호남 최초의 항일 의병운동이 일어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일본이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하자 '최익현'과 '임병찬'이 의병을 일으켰는데, 그 거점이 바로 무성서원이었다. 서원 옆에 있는 병오창의기적비는 당시의 항일운동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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